친환경 라이프의 표본, 오랜지바다 이사 & 조개 캔들홀더 작가 김은미
"소비자에게 안 좋은 걸 파려고 하면 그걸 만드는 나에게도 해롭기 마련입니다."
"다시 사라질 수 있어야 친환경입니다!"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조개 줍고 캔들 홀더 만드는 아줌마 김은미입니다.


- 생활 공간이 곧 작업 공간이네요. 정원도 무성하고, 멋진 집이에요.
완전 정글이죠! 작업실이 따로 없어서 집 곳곳에 펼쳐 놓고 하고 있어요. 


- 조개로 작업을 하신 건 언제부터인가요?
관광기념품이라면 거기 특산지에서 나는 걸로 만들어야하잖아요. 오랜지바다 바로 앞이 바다고 조개껍데기나 해초가 있으니 저걸로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캔들을 만들어 오던 작가들에게 조개껍데기를 한 번 넣어봐라고 했더니 아무도 안 만들어오더라고요. 언젠가 바다를 걷다가 조개껍데기를 많이 주워왔어요. 조개 반지를 만드는 작가분이 있어서 보여드렸더니 딱딱한 조개가 아니라서 악세사리로 못 쓴다는 거에요. 그때 홍합 껍데기나 비단 고동 같은 것만 잔뜩 있었거든요. 그런데 안 쓰고 있기에는 너무 예쁜 거에요. 이걸로도 만들 수 있는 게 있겠다 싶었어요. 오랜지바다에서 초 만드는 기본을 배운 뒤에 인터넷도 찾아보고 천연향을 쓰면서 친환경적으로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굉장히 많은 조개가 필요할 것 같은데 재료는 어떻게 구하시는 건가요?
처음에는 광안리 바닷가에 있는 조개를 썼어요. 그런데 시궁창 냄새가 심해서 씻고 삶아야 하더라고요. 어느 날 송정에 가서 조개를 주워보니 광안리와 구성이 비슷하면서도 훨씬 깨끗한 거에요. 저는 향도 좋지만 바다의 찝찔한 냄새 그대로를 담고 싶었거든요. 삶아버리면 바다 냄새가 사라지고 거기다 해초는 삶을 수도 없었어요. 이런 이유로 1년 전부터는 송정에서 채집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물때를 맞춰서 나갔는데 요새는 새벽 5시쯤 나가요. 새벽잠이 없어졌기도 하고 남편도 운동을 해야하니까요. 날씨가 너무 안 좋을 때 말고는 매일 나가요. 아침마다 나가서 그날 있는 것 그대로 주워오고 걷고 와요. 따로 시간 안 내고 이렇게 하니까 괜찮더라고요. 만약 그날 바닷가에 재료가 너무 많으면 그중에서도 만들 때 필요한 모양만 주워옵니다. 해초가 많을 때가 있고 조개가 많을 때가 있고 그래요. 많이 줍기도 하고 하나도 못 주울 때도 있고요. 저번에 태풍 왔을 때 조개들이 잔뜩 있어서 막 퍼 왔어요. 아직 분류를 못한 것들이 이 통에도 있고 서랍장 밑에도 있어요. 식구들은 미칠 지경이지! 살아 있는 것만 안 주워오면 돼요. 여름에 햇살 좋은 날에는 마당에 쭉 펴 놓으면 한꺼번에 잘 말라요.


- 바다에서 걷다보면 조개들이 비슷비슷해 보이던데, 이렇게 수집된 걸 보니 정말 똑같은 게 하나도 없네요!
너무 신기하죠. 색깔도 어쩜 이렇게 예쁜지. 같은 주황색이라도 채도나 색감이 미묘하게 달라요. 해초도 예쁘고요. 유리는 누군가 다칠까봐 줍기 시작했는데 유리의 색깔이나 모양도 다양하고 예뻐서 종종 작업에 사용하고 있어요. 





- 작업할 때 영감은 어디서 받으시는 편인가요?
바닷가에서 조개를 줍는 그 순간이요. 그때 아이디어를 얻고 색감에 대해서도 영감을 받아요. 매일 바다색과 하늘색이 다르고 줍는 조개의 구성도 다 다르니까요. 처음부터 '이걸 주워야지, 이걸 만들어야지' 하지 않고 일단 느낌이 가는대로 주워요. 해초가 없는 날에는 해초 없이 만들어봐요. 어떤 날은 유리만 많이 들어오고 어떤 날은 큰 조개만 많이 들어오거든요. 그날의 작업은 해류와 바다의 상황과 그날 떠오른 생각에 따라 결정돼요. 예전에 해초를 줍고 있는데 지나가던 어르신들이 "그거 주워서 뭐하는교? 집에 가져가서 물라꼬? 그거 맛있데이~" 하셨는데 그날 집에 가서 '먹는 걸로 장난치지 말라'는 이름의 캔들 홀더를 만들었어요. 그 해초들을 넣어가지고요. (웃음) 생각하는 건 바다에서 다 해요.


-  바다를 산책하고 그곳에서 얻은 걸로 생각을 표현하고. 매일매일 바다와 교감을 나누는 삶이네요.
처음에 바다에 갔을 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요. 그런데 그 안에 다 숨어 있는 거에요. 날마다 다르고요. 그리고 이게 참 중요한 건데 욕심 부릴 필요가 없어요. 처음에는 조개가 많으면 최대한 가져가볼 생각을 했는데 참 바보 같은 짓이에요. 옆에 있는 예쁜 조개를 놔두고 가면 다른 사람이 주워갈까봐 아쉬웠거든요. 그런데 파도가 한 번 올 때마다 조개껍데기를 슬며시 가져다줘요. 그 다음 파도에 또 가져다주고. 그때 생각했어요. (욕심 부리는 게) 참 어리석구나. 주어진 대로 하면 되는 거지. 가끔 바다에서 올라온 물건을 주울 때가 있어요. 파도에 마모된 작은 장난감 모형, 단추, 뱃지 이런 것들. 다 바다에서 온 것들이니 느낌이 오면 일단 줍고 있어요.

어느 날엔 조개를 줍다가 너무 궁금한 거에요. 얘네들은 이름이 뭘까. 그래서 갯벌 도감을 샀어요. 다른 분들은 필리핀산 조개를 수입해서 쓰는데 우리는 인증된 거죠. 광안리 조개, 송정 조개. 광안리에서 나온 조개들은 실험실의 생물 표본처럼 만들어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쪽으로 계속 아이디어를 개발 중이에요.





- 기록 노트가 아이디어로 가득합니다!
예전부터 많이 써오고 있어요. 써 놓지 않으면 잊어버리니까. 그림도 그리고 생각 나는 대로 쓰고 공부도 하고 내 맘대로 쓰고 있어요. 인스타그램(@pponjji)에도 종종 올리고 있어요.


- 생물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뜨거우셨나요?
원래 자연을 좋아해요. 자연의 변화를 보는 것도 좋아하고요. 생물학 전공을 하면서 해양 생물 채집도 많이 갔었어요. 채집하고 줍고 관찰하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바닷가에 가면 재밌어요! 계절이 변하고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걸 관찰하는 게 취미랄까요. 오히려 소멸하는 것들을 좋아해요, 영원한 것보다. 


- 그러고 보니 초도 소멸하는 속성이네요.
맞아요. 홀더 속에 들어간 해초는 햇볕 보고 초를 계속 태우고 하다보면 하얗게 바래거든요. 그게 자연적인 거죠. 프리저브드 용액을 쓰면 변하지 않는데 그걸 되도록이면 쓰지 않아요. 변할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하는 거죠. 없어져야 친환경이니까요!


- 오랜지바다가 김은미 선생님 덕분에 친환경을 모토로 하게 되었다고 들었어요. 오랜지바다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신 건가요?  
예전에 친환경 유기농산물 매장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마을에서 뭔가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남소연 대표가 마을 기업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는 그냥 '마을 농부' 컨셉을 생각했는데 남 대표에게는 다른 생각이 있더라고요. 농산물은 어딜가나 똑같다며. 부산에만 있는 독특한 관광 자원을 활용해서 세련된 관광기념품을 만들자고 하더라고요. 저는 소비자에게 안 좋은 걸 팔 수 없고 그걸 만드는 나에게도 좋지 않으니 친환경으로 가자고 제안을 했어요. 이런 생각만 가지고 텅텅 빈 공간을 천천히 채워나갔어요. 다른 분은 관광객이 작가가 되어 참여할 수 있는 마을기업이 되었으면 했는데 처음의 그림들이 점점 현실로 이루어졌어요.


- 김은미 선생님이 바라는 오랜지바다는 어떤 모습인가요?
이거 다이어리에도 적어 놓았는데, 오랜지바다 자체가 고유 명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디자인, 공간, 사람, 물건, 캠페인 모든 게 '오랜지바다 하다'라는 말 속에 포함된 거죠. 이를 테면 'A라는 것을 친환경적으로 의미 있게 만들어서 관광기념품으로 만들어볼까?'라는 말을 'A로 오랜지바다 할까?'라는 말로 대변할 수 있는 거에요. 막 사고 버리는 기념품이 아니라 진짜 특산물을 가지고 만들고, 각 기념품에 넘버링을 해서  소비자들이 컬렉션 할 수 있는 명품 브랜드로 자라났으면 좋겠어요. 다시 방문했을 때 "어, 이건 이 부분이 달라졌네!" 할 수 있도록요. 작가들이 매번 똑같은 것만 찍어내는 게 아니라 교감을 하면서 발전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줄 수 있는 장이 오랜지바다가 되었으면 해요. 저번에 조개를 주울 때 누가 라면을 버려 놓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해양생물 알이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 재밌어요. 관광기념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항상 있는 줄 알았던 무엇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거죠.


- 지금 하시는 작업의 가장 큰 매력을 꼽자면?
오랜지바다의 내맘대로 엽서를 보면 관광객들이 스스로 찾아와서 그리니까 자체적으로 순환이 되고 한 그림이 다른 관광객에게 영감을 주잖아요. 저는 조개를 주으면서 바다로부터 느끼고 생각하면서 제가 받은 걸 다시 표현하고 있어요. 하나하나 생명을 느끼면서 그것으로부터 느낀 걸 표현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자 계획이 있어요. 바닷가에 집 짓고 정원을 가꾸며 사는 것! ●

 


│글·사진 박채린(chaelinjane@gmail.com)
김은미
창립 멤버, 마을 작가
오랜지바다 디스플레이의 창시자. 환경 수호자. 작은 바다병·조개캔들홀더 제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