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지바다 로고의 창시자, 사진 작가·디자이너 이석태
"스토리가 마음에 쌓여 있고 바깥에는 빛이 알아서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중 하나를 훔치는 거예요."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광안리에서 사진·디자인 스튜디오를 하는 이석태라고 합니다.


- 텅 비어 있던 처음의 오랜지바다가 선생님의 '광안리 관찰 사진'으로 제일 먼저 채워졌다고 들었어요!  
원래 풍경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았는데 오랜지바다를 알게 되면서 동네의 풍경 사진을 찍게 되었어요. 광안리 바닷가의 한 오피스텔 방 안에서 디자인 작업을 10년 이상 하고 있었거든요. 광안대교가 없었을 때부터 그 바다를 매일 바라보며 살았어요. 광안대교 그 자체가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때보면 햇빛과 닿아 예쁜 이미지를 품고 있더라고요.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지 똑같은 기념품들이 늘어서 있는 게 아쉬웠는데, 부산과 광안리의 상징물로 오랜지바다에서 바로 볼 수 있는 광안대교를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사진은 언제부터 시작하신 건가요?
스무 살 때 카메라를 사고 나서 익숙해질 때까지 하루에 3~4통 정도의 필름을 썼어요. 빛을 이용해 마음에 드는 생각을 손으로 그리든 카메라라는 기계로 그리든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는 사진이 작품으로 인정받는 시절이 아니었지만, 사진이 부수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홍익대에서 미술을 공부하다가 호주 브리즈번에 있는 대학원에 가서 사진을 더 공부했어요. 아이스박스에 필름을 가득 싣고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며 재밌게 지냈어요. 그때는 자유로운 여행이 허락되는 시절이 아니라서 워킹 비자를 받아 위장 취업을 해 어렵게 공부를 해야 했어요. 제가 퀸즈랜드의 첫 외국인 학생이었답니다. 스물한 살 때부터 사진 프로젝트를 시작해 그걸로 대학원 때 논문을 썼고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어요. 


- 어떤 작업이었나요?
어렸을 때부터 불교에 조예가 깊은 큰 형이 서예를 하는 걸 보면서 자랐어요. 글자의 모양새가 가지는 상징성에 나도 모르게 감각이 길러졌던 것 같아요. 그것을 사진으로 표현해보고 싶어서 글자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소재를 찾다 보니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예쁘고 끌리는 선을 가지고 있는 건 사람이더라고요. 여성의 누드를 사용해 내가 생각하는 스토리를 한 글자의 상형 문자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환경 관련 전시 때 출품된 이석태 작가의 작품. 왼쪽부터 그림자 부분을 따라 그려보면 휘갈겨 쓴 마음 심(心)자가 드러난다. ⓒ레오 사진·디자인 스튜디오, 2019


- 오랜지바다의 로고가 된 '그 사진'이 궁금합니다.
여기저기 다니며 부산 바다를 찍었어요. 마린시티 영화의 거리에서 촬영한 사진이었습니다. 단순한 것을 좋아하다 보니 바다 선과 방파제 선이 왼쪽으로 모인 장면이 마음에 들어왔어요. 그 사진이 오랜지바다의 로고로 표현되었습니다.

- 작업할 때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찾아오나요?
평소에 많은 스토리를 품고 지내요. 비가 떨어질 때 차창에 부딪히는 소리가 남다르게 들릴 때가 있거든요. 이게 어떤 느낌인지 잘 기억해두었다가 이미지로 보이기 시작할 때 작업을 해요. 스토리가 마음에 쌓여 있고 바깥에는 빛이 알아서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중 하나를 훔치는 거예요.


- 이석태 선생님이 바라는 오랜지바다는 어떤 곳인가요. 
오랜지바다는 건물 자체에 매력이 있어요. 피사의 사탑이 기울어져서 관광 명소가 되었듯이 오랜지바다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광안리 바닷가의 복잡한 느낌과 대비될 수 있게 단순하고 한가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랐지만, 물건이 가득 채워져서 아쉽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엽서를 보고 들어와서 '나도 한 번 해볼까?' 하고 부담 없이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엄지만 바쁘지 손은 잘 움직이지 않는 세상이라, 내 손으로 만든 것을 보여주고 보내주는 인간성이 이곳에서 회복되었으면 합니다. 제 주변에도 미대를 나와 그냥 놀고 있는 손이 많거든요. 이 동네 사람 중에도 정말 많을 거예요. 잠재적인 작가들이 무궁무진하지요. 오랜지바다가 수려한 작가를 찾아가는 것보다는 그런 잠재적인 작가분들이 오랜지바다에 찾아와 자신의 작업물을 의뢰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해요. 지금 우리 사회는 절대적인 빈곤은 많이 사라졌지만, 마음이 각박해지고 가난해졌으니 공동체적인 감각을 유지하고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터가 필요해요.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공동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지요. '수공예기술자공장'이 그런 역할을 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 앞으로의 꿈이 궁금합니다.
곱게 늙고 싶어요. 육십인 데다가 심장에 한 번 무리도 와서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거든요. 조용히 살다가 갈 수 있는 환경만 되었으면 좋겠네요! ●


│글·사진 박채린(chaelinjane@gmail.com)
 
이석태
창립 멤버, 마을 작가
오랜지바다 로고와 광안리 관찰 사진, 사투리 자석을 제작한 디자이너, 사진작가.